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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NG SHAPES 

  본 것을 아무리 잘 옮기려고 해도, 본 것과 그린 것 사이에는 틈이 벌어집니다. 눈에 넣었다 손으로 꺼내는 과정에서 뒤틀리는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류민지는 손을 움직여 이미지를 생산하면서 그 사이의 움직임들을 포착합니다.

  이번 전시는 류민지가 그린 나무의 이미지들을 엮어냅니다. 우리가 나무라고🌲 읽어내는 이미지와🌳 진짜 나무의 형상은🌴 이상하리만치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나무라는 관념을 표현하는 것과 눈에 들어왔던 나무의 이미지를 그려내는 것, 그리고 나무의 존재는 뭔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 각기 다른 세계에서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회화라는 이미지 제작술은 그 자체로 다른 세계들 사이를 이어붙이고, 다시 찢어내고, 심지어는 그 사이를 널뛰며 노는 방법입니다. 캔버스에 찍힌 하나의 점은 작가의 팔이 움직였다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이면서, 나뭇잎을 그려낸 도상이며, 나무라는 존재 전체를 표상하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다시, 그것은 천에 묻어있는 물감이죠. 우리가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것들과 지금 우리 눈앞에 있는 것이 포개어졌다가 금세 어긋나기를 반복합니다.

  작가는 그 움직임 속에서 반짝이는 것들을, 일렁이는 것들을 그려냅니다. 형태를 드러내는 것과 드러내지 않는 것,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 사이에서 모양들을 돋아나게 합니다. 찬란하고 가벼운 층부터 탁하고 무거운 층까지 쌓아 올려 만들어지는 류민지의 화면에서 모양을 드러내는 것들은 눈길을 줄수록 흔들거립니다. 빛이 표면에 부딪혀 부서지듯 그 가장자리가 아른아른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것들은 스스로 움직이고 있는 모양들이자, 우리를 움직이는(moving) 모양들이기도 하죠. 그림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움직입니다. 무언가를 그려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시간과 장소의 자리를 움직여 놓으려는 행위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또 하나, 물질로 존재하고 있는 이미지를 눈 안에 넣기 위해 우리는 부단히 몸을 움직여야 하기도 합니다.🚶                                                                                      

 

  권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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