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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로맨티시즘

『Starry, Starry』전시 서문

 

어떤 말이나 기록들은 그 당시가 아니면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 때, 그 곳에서 너를 바라본 나만이 말할 수 있는 것들.

 

  전시 『Starry, Starry』는 의미 그대로 ‘-같음’을 함축한다. 다시 말해, ‘별처럼 보이는 것’. 유사성을 담은 이 의미는 오히려 별이라는 원형으로 다가가는 우회로라고도 읽혀진다. 작가는 빛이라는 관찰대상과 예술가라는 관찰자의 시각 사이를 구성하는 미묘한 긴장감을 평면 위에 얹는다. 그는 대상의 시공간적 위치에 수반되는 반짝임과도 같은 한시적 순간성과 이에 따라 달라지는 자기기억의 파편화된 기록을 물리적 레이어 사이에 겹겹이 끼워 넣는다. 붓질이 갖는 겹침의 과정은 얼핏 동일하게 느껴지는 어두움 사이의 감각적 차이를 재현하기 위한 필연적 방법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형적 설득은 재현대상과 작가의 관계설정을 분명하게 하며, 동시에 감상자로 하여금 미묘한 유사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특정한 읽힘의 방식을 구성하는 근거가 된다. 작가의 자기경험과 시간의 축적은 붓질의 과정 가장 밑바닥으로부터 바깥 표면을 통해 서서히 드러난다.   

 

  작가는 일상으로부터 형성한 인상들을 드로잉으로 기록한다. 사실적 대상이 아닌 관념적 대상의 기록은 인상을 형성하는 그 당시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행위는 이미지가 그 자체로 남을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를 담은 일종의 심적 거리두기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의 작업은 본 것이 아니라 이해한 것을 재현한다. 이러한 주관의 발현은 그림이 대상으로부터 분리되어 독립적인 객체로서 그 존재적 힘을 얻을 수 있게 만든다. 이번 전시에서는 거리의 조명이나 불빛으로부터 형성한 인상들을 풍경으로 재해석한 〈Street lights〉 시리즈와 함께, 관련 인상들에 관한 아이패드 드로잉들을 편집 및 구성한 아트북 <Lighting>을 선보인다. 익숙하게 지나치는 노상의 무수한 불빛들은 작업을 통해 서로 다른 민낯을 갖고 떠오른다. 순간마다 이행된 기억의 선택들은 공간을 또 다른 밤의 거리로 재구성한다.

 

  하늘이란 비워지거나 무한한 것이 아니라고 느낀다. 어두운 장막이 드리워진 닫힌 공간이라고, 그래서 반딧불을 모으듯 세상의 모든 작은 빛들을 하늘 아래 가두어 두었다고- 여기에서 우리는 길의 끝 빛나는 밤풍경을 상상하면서 가로등이 늘어진 거리를 걷는다.

 

 

■천미림(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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